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목요일 오전의 문학모임 - 부산독서모임 두잇 '선샛리미티드'

문화공간 '두잇'/부산독서모임

by 아디오스(adios) 2015. 2. 28. 18:25

본문

728x90
반응형

목요일 오전의 문학모임 - 부산독서모임 두잇 '선샛리미티드'

2주에 한번 진행되는 목요일 오전의 문학모임. 이번 문학모임에서는 코맥 맥카시의 "선셋 리미티드"를 선정해 토론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목요일 오전 문학모임은 항상 즐겁고 유익한 대화가 많다보니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이날 참여하신 분 중 재미난 후기글을 올려주신 구름일기장님의 후기글을 가져와 봤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오전 문학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10시 30분까지인데, 저는 20분쯤에 도착했고, 들어가니 반가운 알바트로스 님과 나영 님이 계셨지요. 풉풉. 곧 새로 오신 '별나라 공주님' 등장. 두둥! 공주님이다! 레드 카펫을 깔아라! 라고 신하에게 명령했지만, 신하는 빨강 목도리만 주춤거리며 손에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었지요. 

곧 오성달 님이 오셨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듯, 베비 님이 이번에도 몸보다 더 큰 커다란 기타를 등에 짊어지고 나타나셨지요. 화사한 분위기~ 따란~! 알바트로스 님은 "이곳이야 말로 문화복합공간이 아닌가" 라고 읊조리며 감탄하셨지요.

저는 동의하지 않는 걸로 시선을 보냈으나, 암 맞지요, 맞고 말구요. 풉풉  목소리도 좋고, 기타소리도 좋고, 정말 알바트로스 님 말처럼 비라도 내렸다면 정말 소주 한 잔 걸쳐야 할 것 같은 날.

우리 담주엔 낮술 한 번 할까요? +_+

 음악 감상에 심취한 우리들..... 과거의 어떤 시간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나, 둘, 셋! 얍!  와, 예쁜 별나라 공주님이 살짝 미소를 띠고 계시네요. 제 표정은 똥이군요 ㅋㅋㅋㅋ  깔깔거리는 웃음을 - 악마라 칭하고 매력적이라 말한다 - 마구 흩날려주시는 오성달 님. 웃음소리 진짜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묘한 느낌이네요. ㅋㅋㅋㅋ 


 자, 본격적으로 문학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이 읽은 책의 글귀로 시작하는...

별나라공주님은 '도서관 옆 철학카페'라는 책에서 발췌를 했는데, 결론은 소중한 사람에게 더 잘하는 걸로? 소중한 사람한테 화풀이 안 하면 나는 어디다 토로하나... 나영 님은 '두근두근 내인생'의 첫 구절을 읊어주셨어요.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서 아버지로 태어나고 싶다는 내용? 저는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기 위에 안 태어나기로... 베비 님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뽑아주셨어요. 사람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 저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 미성숙하기로 ㅋㅋㅋㅋ 알바트로스 님은 늘상 그렇듯이 준비를 안 해오시고는, 2후에 제주도에 가기로? ㅋㅋㅋㅋ 오성달 님은 최근에 읽었다던 헤세의 '동방순례'에서 나오는 얘기였는데, 절망을 꼭 나쁘게만 보지 말라는 내용인데.. 음...

 거의 제가 태클거는 문학모임이었군요. ^^;;;; 그래서 결국 오늘 저는 '독재'와 '과시'라는 별명을 얻고 집으로 옵니다.  


 우와, 빛깔 좀 봐요. 이건 얼그레이입니다. 맛있었어요. 정말 깔끔하고!

근데 아됴스 님이 별나라 공주님에게만 물을 더 주고, 나는 안 줘서 상처 받았어요. ㅠㅠ  오잉! 햄버거다!!! 존 버거 아니고 햄버거!!! (존 버거를 알아야 웃긴데 ^^;;) 이건 베비 님이 직접 만드셨대요. (정말입니까?)

농담 안 할 것 같은 얼굴로 알바트로스 님은 말하셨지요. 햄버거 맛이 나네요. (뭐 이거 찰리의 초콜릿 공장입니까?) 그짓말 쟁이들 ㅋㅋㅋㅋ


오호 오호 오호!! 이건 제가 준비한 거예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아하, 이게 과시군요.) 막 고르시던 그대들이 손이 아름다웠습니다.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흑흑. 이건 아됴스 님이 가져가신 거! 이렇게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셨네요. 미친 유혹들 속에서, 그저 계속 갈 뿐.

계속 갑시다. 그 길 외엔 방법이 없네요. 으크크크. 오성달 님과 북크로싱 시간을 가졌습니다. 왠지 저와 어울리는 책이네요.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자살의 전설과 비상벨! +_+ 잘 읽을게요. 감사합니다. 풉풉.

 

 선셋 리미티드, 제목이 왠지 입안에 착착 감기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들 대부분 그닥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지만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는 글들을 봐서 깔끔해지는 기분도 들었고, 저는 원래 희곡을 좋아해서,대화 형식으로 된 글이라 더 끌렸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도 생각이 났구요. 저는 흑과 백을 하나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차역에서 자신을 살려준 흑을 백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그 지점에서 또 서로의 생각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아의 충돌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람이라는 게 우습게도 절망 속에서도 웃게 되고, 슬픔 속에서 무언가를 먹고 이야기를 한다는 거 자체가, 모순 덩어리라는 것이 이 책속에 담겨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우리에겐 취향이라는 것이 있고, 본능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그러니까 커피를 마실 때도, 아무거나가 아닌 '그냥 블랙으로' 라고 지정하는 지점이라든지, 먹지 않겠다고 해놓고, 굉장이 맛있다고 흰빵을 나눠먹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인간이란 정신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역시 육체와 함께 이뤄져 있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괴로우면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흑은 왜 없느냐고 되묻는 장면에서도 그걸 대변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보는 장례식장에서도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것도 비슷한 거라고 생각이 들구요. 살아있는 한은 완벽하게 슬프거나 완벽하게 기쁘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 분 일 초 달라지는 게 우리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오성달 님의 말처럼 이것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 굉장히 설득적이 있는 거 같아요. 신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우리가 모르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그냥 빛과 어둠의 싸움일지도 모르고, 제 생각처럼 자아의 다툼일지도 모르구요. 그런 상상을 뻗어나갈 수 있는 자체가 책 읽기에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 이란 책에서 "삶은 고해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진리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더이상 고해가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이 책을 통해 이것마저 의문을 가지게 되더군요. 이해하고 받아들여도 고해라면? 하고 말이지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에서처럼 고도는 오지 않지만 계속해서 기다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구요. 그래도 우리는 기대하고 기대고 무언가를 붙잡으며 살 수 밖에 없겠지요. 살아 있다면, 계속 살아간다면 말이에요. 그게 술이든 그게 음식이든 사람이든 간에요.

  누군가는 기억되기 위해 살아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죽고 난 뒤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것조차 어쩌면 생의 의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쪽이든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던 흑이나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백이나 화살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지, 결국 그 마음의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대화는 마치 기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속도를 가지고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흑의 독백은 작가의 비중이 백의 생각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백에게 더 많은 공감을 했고, 삶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환한 빛인 것 같다가도 그건 너무도 찰나에 불과하고 환영에 불과하고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흑과 백의 갈등을 통해,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들의 작은 옷깃이라도 만져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지요. 그냥 간단 후기만 남길까 하다가 누가 이런 긴 글을 읽겠느냐 만은 한 번쯤은 이렇게 길게 적어보고 싶기도 해서요. 풉풉.

  이 책을 읽고 생각났던 책들은 헤밍웨이의 '하얀 코끼리가 있는 산' - 열린 가능성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 - 자아의 충돌

페데리코 안다아시의 '해부학자' - 극과 극은 맞닿아 있다는 것, 어쩌면 속해 있다는 것 성녀가 창녀가 되었던. . .

한 강의 '채식주의자' - 식물이 되어가는 한 여자... 죽음으로...

  흑은 세상을 원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하느님이 내게 무얼 원하는지 이해하려고 했다고 했고, 백은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세상은 사실 모순 덩어리이고, 이해되어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해하게 되는 순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구역질나는 것일지도 모르죠. 저는 그래서 어쩌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얼 원하는가, 에 대해 생각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들지 않으려면요. 안나 카레리나도 기차에 뛰어들었죠. 무엇인가를 미친듯이 원한다는 것. 어쩌면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일 수도 있고, 타인과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이 사라지길 바랄 수도 있죠. 정말로 사랑하면 내가 아닌 그 사람 자체가 되고 싶어지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 자체가 되어 버렸는데, 그 사람이 나를 버린다면, 나란 존재는 더이상 없는 거죠. 없는 존재가 기차에 뛰어든들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

  

헉헉. 선셋 리미티드 속도보다 더 빠르게 쓴 후기 같으네요. ^-^

그럼 2주 후에 또 상콤하게 만나 뵙도록 하죠. 오늘 모두 모두 반가웠어요.

글빨 나영 님도, 별나라 공주님도, 베비 님도, 알바트로스 님도, 오성달 님도!

* 문화공간 두잇의 작가같은 그녀. 구름일기장님의 후기글입니다. *

 어떤가요? 모임 참 재미있었을거 같지 않나요? 격주로 진행되는 부산독서모임 목요일 오전(오전 10시 30분)의 문학모임에 초대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 문화공간 두잇 카페에 가입하시면 언제든 참여 가능하십니다. 좋은 독서모임이며 연령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니 편하게 참여해 보세요.

<문화공간 두잇/ 부산독서모임 바로가기 클릭>


- 아디오스(Adios)의 책과함께하는여행 / 북플닷컴 (bookple.com) -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