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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걷기 그리고 황령산 전망대에서 책 읽기

활기넘치는 부산이야기 /카메라들고 부산여행

by 아디오스(adios) 2020. 6. 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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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가슴 터질 듯 한 육체의 고통과 헉헉거리는 숨, 그리고 온 몸에서 쥐어 짜듯 뿜어내는 고통과 이겨내는 육체의 한계. 가끔은 그런 순간들을 원한다. 

머리속에 생각은 넘치고, 아무것도 안되고, 스스로도 무언가 열심히 하고자 하는 욕구마저 잃어버리고 무기력에 휩쓸리는 그 순간에 그냥 무작정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 해질 무렵. 마음 속에있던 수많은 생각들을 던저버리고 싶은 마음에 책 한권, 물 한병, 아이스커피 한잔 들고 산으로 향했다. 

황령산 코스는 남구도서관에서 출발해 산길 혹은 산책로, 등산로 중 하나를 택해 쭉 걸으면 되는 곳으로 상,중,하 코스로 다 나눠져 있는터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남구 도서관코스는 초기 15분 정도가 완전 오르막의 연속이라 계속 오르막을 걷다보면 운동 부족인 사람은 심장이 터질것만 같다. 특히나 평지를 걷다 바로 산으로 진입하는터라 평지 속도로 무작정 걷다보면 시작부터 지쳐 쓰러질거 같다.

평소 운동부족인지 이날 나도 많이 힘들었다. 지치고 헉헉거리고 심장은 터질거 같고. 그래도 꾸역 꾸역 올라간다. 가다가 잠시 쉬며 물도 한잔 하고, 헉헉 거리며 거친 숨을 최대한 뱉어낸다. 내 마음 속, 내 폐 속에 있는 찌꺼기를 다 뱉어내버리려는 듯이...  

황령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편백나무 숲. 편백나무 숲이 너무 짙어 그곳에 잠시 앉아 있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황령산 아래로 도로들이 있어 차는 많이 다니지만, 그래도 숲 속으로 자리 잡으면 도로, 차, 사람 소리는 사라지고, 소쩍새 소리와 까마귀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소리만 들려온다. 

편백나무 숲에 잠시 앉아 온몸을 식히고, 걸으며 정리한 생각들을 메모해본다. 

오늘 메모는 내일의 나를 움직이는 힘이 되기에 

황령산 등산 코스는 남구도서관에서 출발해 첫번째 오르막 코스에서 겔겔거리고 잠시 앉아 쉬었다가 (최초의 쉼) 이후 쉼 없이 쭉쭉 걸으면 된다. 산길을 따라 걷거나, 산책로로 걷거나, 등산 코스로 걷거나 본인 취향대로. 

나는 산길을 택했다. 산책로 옆으로 산길이 나있기 때문에 자갈 깔린 산책로보다 흙이 있고 곳곳에 돌도 있고, 나무 뿌리도 있는 산길을 택해 걷는 걸 좋아한다. 

쉼없이 쭉쭉쭉 걸어가다보면... 두번째 휴식처인 약수터가 나온다. 보통 여기서 다들 돌아가는데 (평지 길 끝) 등산로를 따라 쭉 올라가면 황령산 전망대 (황령산 봉수대)까지 이어지는 등산 코스가 연결된다.  

헉헉거리며 두번째 쉼터에서 충분히 쉬었다 생각해도 쭉~~ 오르막인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숨이 끝까지 차오르고 지치고 힘겹지만, 잠시 짬짬이 쉬었다 오르고 쉬었다 오르며 몸안의 독소들을 최대한 뱉어내려 한다.  

황령산 전망대 옆에 데크에 앉아. 1시간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함께 한 책은 배우 하정우가 직접 걷고 직접 쓴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는 매일 2시간 이상씩 걷는다고 한다. 거의 3만보 씩은 걷는다는데...  체력이 대단하다.  뭐 1만보 오전, 1만보 오후, 1만보 일상인듯 한데... 어쨌거나 걷는 이유가 제일 먼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항상 몸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휴식을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걷는사람 하정우를 읽으며. 나도 계속 걷고, 계속 자전거를 타고... 나답게 내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이 즐거운 삶. 

계속 그런 삶을 추구해 왔지만 마음 한켠에 숨어있던 의식들. 그 의식들 속에는 타인과의 비교와 타인의 시선을 계속 신경쓰고 살아왔음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을 버리고, 내 감정을 안좋게 컨트롤 하려는 것들을 전부 던져버리고 걷고자 한다.  

오후 4시 40분에 출발해서. 1시간여 걷고, 1시간여 황령산 정상에서 책을 읽고, 1시간여 다시 걸어 내려오니 어느새 8시가 지나 산길에도 어둠이 찾아왔다. 어둑어둑해 진 길을 혼자 걸어내려 오는데...

몸과 마음 모두가 상쾌하다. 가슴도 뭉클하고. 오늘 하루.

진짜 내가 된듯 했고, 진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계속 묻고, 나 자신과 끊임없이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며 걸었던 길인듯 하다. 

기분 좋은 황령산 걷기 그리고 유익한 하루의 마무리. 

(돌아와서 족욕하고, 무플은 마사지기로 마사지 하고, 책 좀 보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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