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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저자인터뷰

책과 함께하는 여행 <Book>/테마가 있는 책 소개

by 아디오스(adios) 2012. 10. 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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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쉬운 사진』 유창우 저자 인터뷰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초보 생활사진가를 위한 ‘쉬운 사진 노하우’
조작법만 공부하다 지친 당신, 다시 카메라를 꺼내라!

 

Q. 사진전문기자로 소개가 되셨습니다. ‘기자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참 궁금한데요.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보도용 사진과 일상에서의 사진 찍기는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A. 일단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책은 사진기자로서 쓴 책은 아닙니다.

신문 같은 매체에 싣는 사진이라면 주제를 막론하고 일단은 어떤 상황에도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진이어야 하겠죠. 가령 봄철 제철 음식으로 유명한 도다리 쑥국 사진을 찍는다면, 봄과 도다리, 쑥, 따뜻한 국물, 이 모든 걸 사진 안에 담아 보여줘야 할 겁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왜 무엇을’로 흔히 통하는 6하원칙의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모든 사진이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쓴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은 모든 정보를 꽉꽉 채운 사진을 찍으라고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진은 그런 정보를 다 담지 않아도, 조금 느슨하게 자유롭게 찍어도 좋은 그런 사진입니다.

 

 

가끔 블로그를 뒤져보면 이런 정보를 꽉꽉 채운 사진을 ‘좋은 사진’의 예시로 보여주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전 매체에서 요구하는 사진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런 사진이 더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저 편하게 찍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책에는 봄에 제철로 향긋하게 핀 청도 미나리 한 움큼을 뜯어서 물에 씻었다가 탈탈탈 그 물기를 터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한 장 실려 있는데요, 전 이 사진도 나름 괜찮은 봄 사진의 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엔 그저 미나리와 시냇물, 그걸 터는 아주머니의 손, 튕겨나간 물방울만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 속 미나리가 흔들리는 율동감과 리듬감만으로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정리해보자면, 제가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한 가지입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마음껏 찍고 싶은 대로 찍는 것이죠. 자유롭게 생각하고 내키는 대로 찍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사진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됩니다. 사진은 이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순간 사진이 재미없어집니다. 그게 매체에 실리는 사진이든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이든 말이죠.

 

Q. 지금까지 많은 사진을 찍으셨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7년 전쯤 찍어서 신문 여행섹션 1면 프론트에 실었던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제주도의 봄’을 찍어오라는 게 회사 데스크의 주문이었죠. 당시 지면 개편을 할 때여서 선배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사진을 찍어오라”고 요구를 하더군요. 막막했죠. 그냥 부딪쳐보자는 심정으로 3월 제주도 유채꽃밭 앞에 섰습니다. 그냥 꽃만 찍자니 재미없고, 그 앞에 노는 아이들을 찍자니 뻔하고.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일본인 관광객 여성의 치마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치맛자락에 벚꽃 그림이 한가득 그려져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 여성을 붙들고 잠시 이 앞에 서 있어 달라고 부탁을 했죠. 그리고 그 치마와 유채꽃밭을 함께 찍었습니다.
 
보통 때라면 여성의 전신(全身)을 전부 다 넣었겠죠. 하지만 그땐 왠지 대담하게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일본인 여성의 뒷모습을 찍되, 허리 윗부분을 댕강 프레임에서 빼버린 겁니다. 치맛자락과 유채꽃밭, 멀리 보이는 제주도 바다와 능선. 이것 외엔 사진에 넣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잠시 고민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전까진 신문 사진에서 여자의 몸통을 쳐낸 사진은 쓰지 않았으니까요.

 
사진을 들고 회사로 돌아갔더니 뜻밖에도 다들 무척 “신선하다”고 좋아하더군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사진”이라는 평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지금 보면 이 사진은 좀 촌스러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요즘엔 이렇게 과감한 사진 앵글이 상대적으로 흔해졌으니까요. 하지만 당시엔 잘 쓰지 않았던 방식으로 제주도의 봄을 표현했고, 덕분에 제게도 기억에 남는 사진이 됐습니다. 꼭 남들이 하는 대로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과감하게 요소를 빼버려도 좋고,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생략을 해도 좋습니다.

Q. 사진을 처음 찍는 초보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며 '이 사진이 과연 잘 찍은 사진일까?' 늘 궁금해 합니다.
‘잘 찍은 사진’은 어떤 사진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상당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잘 찍은 사진’에 대한 기준은 다 다르니까요. 어떤 이는 심오한 생각을 담아낸 철학적인 사진을 보면서 ‘잘 찍었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주제가 아주 분명하고 선명하게 표현된 사진을 보면서 ‘잘 찍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진 초보자라면 더 쉽게 접근하는 게 맞겠죠.


사진 초보자라면 일단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진의 기본은 두 가지입니다. 노출과 초점이죠. 사진이 지나치게 밝거나 어둡지 않게, 적당한 밝기로 나오면 노출을 잘 맞춘 겁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또렷하게 찍혔다면 초점이 잘 맞은 거겠지요.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일단은 기술적으로는 괜찮은 사진입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한다면 찍는 대상을 만족시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사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령 여자친구를 찍어준다고 칩시다. 어떻게 찍어야 잘 찍은 걸까요? 답은 뻔합니다. 여자친구가 그 사진을 보고 “좋다”며 환하게 웃으면 그 사진은 성공한 겁니다.

여행 사진을 찍는다면, 나중에 꺼내봤을 때 ‘아, 이런 때가 있었지’라고 기억을 더듬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게 우선인 것이지요. 이것만 충족시켜도 당신은 이미 훌륭한 사진가입니다. 사진으로 꼭 ‘예술’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으로 ‘행복’해진다면, 이미 우리는 충분히 성공한 포토그래퍼일 테니까요.

 
 
 
사진을 잘 찍고 싶어 하는 욕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사진 찍을 때 '이것만 꼭 지켜도 사진이 달라진다'는 그런 사진기자만의 비법이 혹시 있을까요?

1. 사진기를 켠다.
2. 셔터를 누른다.
3. 사진을 확인한다.
4. 잘 찍은 사진이 있는지 본다.
5. 없으면 다시 찍는다.
6.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는다.

죄송하지만 이게 비결입니다. 이것만 지켜도 내 마음에 드는 좋은 사진이 한 장은 나올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나 이 기초적인 작업도 잘 하지 않습니다. 후다닥 찍고 돌아와서는 ‘오늘 건진 게 없다’고 불평하지요. 이렇게 찍어놓고 카메라 장비 탓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비싼 카메라를 장만한다고 해도 이렇게 건성건성 찍는다면 좋은 사진이 나올 리가 없겠지요.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은 사실 많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비결은 결국 ‘발’로 사진을 찍는 겁니다. 제 책에 실린 ‘지리산 풍경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 어떻게 찍었어?”라고 질문을 여러 번 받은 사진입니다. 그때마다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여러 번 찍었어.” 남들은 ‘기술’을 묻는데, 전 ‘근성’에 대해서 답을 한 것이겠지요.

이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96시간을 꼬박 한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물론 과장이 좀 있습니다. 화장실도 갔고, 잠도 자고 왔고, 밥도 먹고 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또 그 자리에 와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끈질기게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린 끝에 마침 머리에 고무 대야를 이고 물통까지 손에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유유히 걸어가는 아주머니와 굽이굽이 뻗어 있는 지리산 둘레길의 근사한 풍경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었죠.

제가 잘 찍어서 건진 사진이 아니라, 잘 참고 기다려서 건진 사진입니다. 다시 말해 사진 기자만의 비법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남들보다 한두 시간 더 찍고, 모자라면 또 찍는 거겠지요. 사진의 왕도(王道)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맘에 들 때까지 찍으십시오. 그러면 건집니다.

책에서는 조작법에 매달리지 말고 우선 먼저 찍어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독자에게 이 책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누구나 ‘창작 욕구’가 있습니다. 카메라는 그런 창작 욕구를 채워주기에 참 좋은 도구죠. 셔터만 찰칵 누르면 누구나 손쉽게 ‘창작’을 할 수도 있고 ‘기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대한 설명은 늘 어렵기만 합니다. 책도 어렵고 블로그 설명도 어렵죠.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왠지 거장의 사진전부터 봐야 할 것 같고, 비싼 돈을 들여 사진기부터 바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전 제발 그런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찍는 기술을 익히느라 머리 아프고 괴롭고 돈 들고 그래서 더 찍기 싫어지는 악순환을 끊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이란 즐겁기 위해 찍는 것이니, 즐거워졌으면 합니다. 가까이에서 쉽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엄마·아빠·누나·오빠·동생·아이를 찍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가족을 찍다 보면 사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그 애정이 가족을 더욱더 행복하게 만들 테니까요. 그저 가까이 있는 것부터 찍어보라고, 매일 한 장씩 더 찍어보라고. 그것만으로도 사진 기술은 늘 것이라고, 그리고 카메라를 든 순간만큼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은 바로 그런 얘기를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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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에서 발췌한 인터뷰글입니다. 원본 인터뷰글 바로보기

이 책이 지금 막 제게 도착했는데요. 책을 펼치기 전에 저자 인터뷰 글을 먼저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저도 사진찍는걸 좋아하지만 전문적으로 찍는게 아니라 항상 샷을 누르기 전에 어떤 구도 어떤 장면을 담을까 고민하고 눌러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즐겁게 찍으라고... ^^ 열심히 찍고 열심히 음미하며 사진에 메시지를 담아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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