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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1.2권 - 일타 큰스님이 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

책과 함께하는 여행 <Book>/책 리뷰

by 아디오스(adios) 2010. 5. 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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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1.2권 - 일타 큰스님이 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

책 디자인은 해당출판사에 저작권이있습니다.


피곤함에 일찍 잠들었더니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요 며칠 뜨거운 여름 날씨를 보이더니 갑자기 겨울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추워졌다. 새벽녘 창을 여니 휭~하니 부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왠지 모르게 맑은 정신에 책상위에 놓인 일타 큰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인연’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펴기 전에 향을 하나 피웠다. 절에서 맡던 향의 냄새에 마음이 편해졌듯 집에서도 가끔 향을 피우고 독서를 하는데 집중도 잘 되고 마음도 안정되고 해서 향을 피우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펴고 조금씩 읽어 나가자 절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번민과 고통의 시간으로 가슴아파하던 내 마음마저 평온해지는 느낌이 든다. 저자가 어머니의 혼을 달래기 위해 절을 찾았다가 인연이 되어 일타 스님의 업적을 따라갔듯 이 책은 나에게 여러 스님들의 가르침을 통해 조급해진 마음을 여유롭게 해 주었고,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었다.


 “범종소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스물여덟 번이나 계속해서 들려왔다. 범종 소리의 긴 여운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p.27)


 세상살이에 지치고 가슴속 깊이 숨겨진 슬픔, 그런 마음을 꼭 닫아두고 내 마음속에는 그런 나약함이 없다고 외치지만 어느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빗장이 풀려버린 마음의 고삐는 내 몸과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스님의 목탁소리에 마음의 괴로움을 잊고, 새벽을 울리는 범종소리에 심신의 괴로움을 씻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수행자를 운수승(雲水僧)이라하지. 구름처럼 물처럼 자유를 찾아 흘러가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흐르지 않는 것은 썩는다.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면 썩는 법이다.”(p.66)

 홀로 떠나고 홀로 나타나는 성철스님처럼, 일타스님도 선승들을 찾아 흐르는 물처럼 이곳저곳을 떠돌며 깨달음을 얻고자 했다. 언제나 자비로움으로 사람과 동물을 대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과 그리움 속에 자랐지만 남을 시기할 줄 몰랐고 굳은 의지로서 불도의 길을 걸으셨다.

“버려라. 오랫동안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것도 병이다. 집착이다.” (p.163)

 마음속의 집착을 버리라는 저 말. 어린 시절 일타 스님을 깨우쳐준 저 말처럼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근심과 걱정 그리고 죄송함의 마음마저 비워버렸다. 걱정과 죄송스러움을 마음속에 묶어두고 끄집어내어 매번 괴로워 할 게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잡고 끈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일타스님이 효봉 스님으로 부터 받은 화두 ‘간시궐.’ 어떤 중이 운문 스님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고 묻자 운문스님이 ‘마른 똥막대기니라’하고 대답해서 생긴 화두라는데, 아무리 읊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타 스님. 탁발을 하며 마을을 돌 때도 이 화두를 잊지 않고 읊어대니 주변에서 스님이 ‘간식을’ 달라는 줄 알고 웃음꽃을 피웠다는 이야기에서 살며시 미소가 생겨난다.

 ‘미소 짓는 그 순간 부처님이 된다.’는 말처럼 미소 짓는 그 순간만큼은 속세의 번뇌도 잊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며 사람을 시기하지 않는 바로 부처님의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욕심을 부리는 것은 염라대왕의 감옥 문 여는 자물쇠를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는 자경문의 말처럼 욕심을 버리고 수행승의 마음으로 심신을 바르게 하며 썩은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자신을 다스려야 함을 배울 수 있었다.

“수행자의 외로움은 빈 바리때 같은 것입니다. 비어 있으니 채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빈 바리때에 채우는 향기로운 공양물이 바로 수행정진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가면 부처님께서 부르는 것이고, 내가가지 않으면 부처님께서 부르지 않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부처님께서 나를 부르고 계신 셈이다. 그러니 나는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가야 하는 것이다.”

 상원사에 연비를 하기위해 늦은 밤 무서움을 이기며 길을 나선 일타 스님의 말씀. 스님의 말씀처럼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기위해 마음을 먹었다면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귀를 기울이고 지체 없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네 손가락을 불에 태워 연비할 때 “이 손가락이 없어짐으로 해서 나는 오늘부터 욕망과 집착과 삼독으로부터 자유로우리라”는 스님의 말씀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지만 우리의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어 가는 과정과 스님들이 전하는 불법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타 스님의 배움의 과정에서 마치 내가 일타스님이 되어 같은 마음으로 참선하고 화두를 고민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어느새 향은 다 타버렸고 재만 남아있었다. 다 타버린 향처럼 언젠가 내 몸도 저 향처럼 다 타버릴 것이지만 타는 동안만큼은 향기로움을 풍기고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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