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쉬운 사진』 유창우 저자 인터뷰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상당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잘 찍은 사진’에 대한 기준은 다 다르니까요. 어떤 이는 심오한 생각을 담아낸 철학적인 사진을 보면서 ‘잘 찍었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주제가 아주 분명하고 선명하게 표현된 사진을 보면서 ‘잘 찍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진 초보자라면 더 쉽게 접근하는 게 맞겠죠.
사진 초보자라면 일단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진의 기본은 두 가지입니다. 노출과 초점이죠. 사진이 지나치게 밝거나 어둡지 않게, 적당한 밝기로 나오면 노출을 잘 맞춘 겁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또렷하게 찍혔다면 초점이 잘 맞은 거겠지요.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일단은 기술적으로는 괜찮은 사진입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한다면 찍는 대상을 만족시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사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령 여자친구를 찍어준다고 칩시다. 어떻게 찍어야 잘 찍은 걸까요? 답은 뻔합니다. 여자친구가 그 사진을 보고 “좋다”며 환하게 웃으면 그 사진은 성공한 겁니다.
여행 사진을 찍는다면, 나중에 꺼내봤을 때 ‘아, 이런 때가 있었지’라고 기억을 더듬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게 우선인 것이지요. 이것만 충족시켜도 당신은 이미 훌륭한 사진가입니다. 사진으로 꼭 ‘예술’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으로 ‘행복’해진다면, 이미 우리는 충분히 성공한 포토그래퍼일 테니까요.
1. 사진기를 켠다.
2. 셔터를 누른다.
3. 사진을 확인한다.
4. 잘 찍은 사진이 있는지 본다.
5. 없으면 다시 찍는다.
6.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는다.
죄송하지만 이게 비결입니다. 이것만 지켜도 내 마음에 드는 좋은 사진이 한 장은 나올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나 이 기초적인 작업도 잘 하지 않습니다. 후다닥 찍고 돌아와서는 ‘오늘 건진 게 없다’고 불평하지요. 이렇게 찍어놓고 카메라 장비 탓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비싼 카메라를 장만한다고 해도 이렇게 건성건성 찍는다면 좋은 사진이 나올 리가 없겠지요.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은 사실 많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비결은 결국 ‘발’로 사진을 찍는 겁니다. 제 책에 실린 ‘지리산 풍경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 어떻게 찍었어?”라고 질문을 여러 번 받은 사진입니다. 그때마다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여러 번 찍었어.” 남들은 ‘기술’을 묻는데, 전 ‘근성’에 대해서 답을 한 것이겠지요.
이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96시간을 꼬박 한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물론 과장이 좀 있습니다. 화장실도 갔고, 잠도 자고 왔고, 밥도 먹고 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또 그 자리에 와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끈질기게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린 끝에 마침 머리에 고무 대야를 이고 물통까지 손에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유유히 걸어가는 아주머니와 굽이굽이 뻗어 있는 지리산 둘레길의 근사한 풍경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었죠.
제가 잘 찍어서 건진 사진이 아니라, 잘 참고 기다려서 건진 사진입니다. 다시 말해 사진 기자만의 비법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남들보다 한두 시간 더 찍고, 모자라면 또 찍는 거겠지요. 사진의 왕도(王道)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맘에 들 때까지 찍으십시오. 그러면 건집니다.
누구나 ‘창작 욕구’가 있습니다. 카메라는 그런 창작 욕구를 채워주기에 참 좋은 도구죠. 셔터만 찰칵 누르면 누구나 손쉽게 ‘창작’을 할 수도 있고 ‘기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대한 설명은 늘 어렵기만 합니다. 책도 어렵고 블로그 설명도 어렵죠.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왠지 거장의 사진전부터 봐야 할 것 같고, 비싼 돈을 들여 사진기부터 바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전 제발 그런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찍는 기술을 익히느라 머리 아프고 괴롭고 돈 들고 그래서 더 찍기 싫어지는 악순환을 끊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이란 즐겁기 위해 찍는 것이니, 즐거워졌으면 합니다. 가까이에서 쉽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엄마·아빠·누나·오빠·동생·아이를 찍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가족을 찍다 보면 사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그 애정이 가족을 더욱더 행복하게 만들 테니까요. 그저 가까이 있는 것부터 찍어보라고, 매일 한 장씩 더 찍어보라고. 그것만으로도 사진 기술은 늘 것이라고, 그리고 카메라를 든 순간만큼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은 바로 그런 얘기를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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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에서 발췌한 인터뷰글입니다. 원본 인터뷰글 바로보기
이 책이 지금 막 제게 도착했는데요. 책을 펼치기 전에 저자 인터뷰 글을 먼저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저도 사진찍는걸 좋아하지만 전문적으로 찍는게 아니라 항상 샷을 누르기 전에 어떤 구도 어떤 장면을 담을까 고민하고 눌러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즐겁게 찍으라고... ^^ 열심히 찍고 열심히 음미하며 사진에 메시지를 담아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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