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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이야기 -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책과 함께하는 여행 <Book>/책 리뷰

by 아디오스(adios) 2008. 4. 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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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출처: 알라딘도서



 

“날 좀 내버려두란 말이야” 이 말에서 두 가지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는 우리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혹은 무엇인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내민 손이 과연 그 사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았던 것일까? 아마도 좀머씨는 사람들이 내미는 도움이라는 손길 자체에서 가식과 거부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두 번째는 좀머씨 스스로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행동은 그에 반해 나타나는 것. 좀머씨는 무엇인가 자신을 내몰게 만드는 그 무엇에 쫓기면서 사람들이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 내버려 두라고 외친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을 쫓아오는 그 무엇인가를 없애줄, 나를 쉬게 해 줄 방법을 찾아줄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마음이 숨겨진 것은 아닌가 한다.


 주인공 소년의 자살 시도와 좀머씨의 죽음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이는 작지만 인생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되는 일로 자살을 하려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자신이 죽은 이후에 슬퍼할 사람들을 그려본다. 그래 그렇게 울어라 내가 살아있을 때 잘해주지 못 한 걸 원망해라. 이처럼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소년, 그 소년이 좀머씨를 보게 되면서 죽는다는 걸 왜 하려 했는지 오히려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별일 아닌 걸로 죽으려 했다며 아무 일 없이 넘어가고 만다. 이 장면에서 좀머씨는 죽음이라는 무언가에 쫓기며 공포와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반면 소년은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소년에게 죽음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의 기회가 있지만 좀머씨는 쫓기고 또 쫓기며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둠속의 삶을 살아야했다.


 좀머씨가 물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소년은 그저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책에는 없었지만 저게 죽음이구나 하는 쾌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좀머씨가 사라져도 아무런 상관이 없기에 태어나 처음 보는 죽음의 장면에 호기심을 느꼈을지 모른다. 내가 아니기에, 내가 나무위에서 죽으려 했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며 죽음의 순간은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나무위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고민하던 것을 기억해 낸다면 소년은 결코 좀머씨를 내버려두지 않았으리라. 아니면 오히려 자살 하는게 좀머씨를, 그를 쫓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시켜주는 방법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한 소년이 죽음의 경계에서 삶의 경계로 넘어오게 된 것은 자신보다 더 못한 삶을 사는 좀머씨를 통해서다. 소년은 보았을지 모른다.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에서. 죽음에 쫓기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을 가까이 하면 결국 그 마지막 선택은 자살 이라는 것을.

 어렵다. 그저 작가의 어린 시절과 작가의 현재의 마음만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포함된 의미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죽음에 쫓기듯 무엇인가에 쫓기듯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두려움과 닫혀 진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살라고 좀머씨가 외치는 것만 같다.


좀머 씨 이야기(양장본) 상세보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원색 삽화와 함께 엮은 독일작가의 중편소설. 배낭을 짊어지고 이상한 지팡이를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걸어다니기만 하는 좀머씨.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라고 외치는 은둔자의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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