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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잊고 산다. "영초언니"

책과 함께하는 여행 <Book>/책 리뷰

by 아디오스(adios) 2017. 8. 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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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리뷰]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잊고 산다. "영초언니"

독서모임에서 단아하게 생긴 한 여자분이 우리나라의 여성 민주화 투사를 조사하던 중 방송에서 듣게 되어 읽은 책이라며 조용조용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시대 자체가 내가 살아왔던 시대가 아니라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드라마와 책으로 얼핏 보아왔었다. 그런데 이 책을 소개받고 너무나 궁금했다. 내가 본 대학생들은 등록금 투쟁이 전부였는데, 민주화를 위해 여자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지 그 고통과 두려움을 그녀들은 어떻게 이겨냈을지 궁금했다.

  우리나라 남자 민주화 운동가들은 잘 알잖아요? 그런데 왜 여자 민주화 투사들은 기억되지 못한걸까요?” 영초언니를 소개해 준 그분의 그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아 결국 영초언니를 읽어보았다.

  올레길의 서명숙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천영초씨와 그녀와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초언니는 제게 담배를 처음 소개해준 나쁜언니였고, 저를 이 사회의 모순에 눈뜨게 해 준 사회적 스승이었고, 행동하는 양심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준 지식인의 모델이었습니다. 비단 저에게만이 아닙니다. 천영초는 당시 운동권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였고, 주위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람이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잊혀버렸습니다.” 9페이지 프롤로그 중

 

서명숙씨의 어린 절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은 서명숙씨가 바라본 시점에서 또 그녀가 겪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최대한) 전하고 있다. 그녀가 천영초씨처럼 마지막까지 투쟁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고, 그래서 천영초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남성 중심적인 대학에서 이념서클도 아닌, 운동권에서도 무명인 한 여학생이 주도해 데모를 시작한 사건. 혜자 언니는 그렇게 잡혀갔고, 수많은 고문을 받아야했다. 9.14 시위는 그렇게 수많은 대학생들이 외쳤던 하나의 큰 사건이었다. 이후 서명숙씨와 영초언니가 속한 가라열 모임에서 선배들을 통해 기부금을 마련해 9.14 사태에서 구속된 학생들의 가족들을 위해 돈을 모아야 했던 이야기. 데모에 참여해 잡혀간 학생들 대부분 시골에서 상경했거나, 집이 너무 가난한 학생들이 많았다. 교도소에 식사나 옷이라도 넣어주라며 가족들에게 돈 봉투나 옷가지를 전해주던 마음들.

  큰 데모를 앞두고 사랑한다를 외치고 사라져야 했던 남자. 사랑했지만, 잡혀가 징역살이를 해야 할 거라는 걸 알고 아파해야 했을 남자. 그런 남자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을 여자.

  결국 서명숙씨도 영초언니와 혜자언니의 데모에 얽혀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강제로 잡혀오게 된다. 고문과 고통의 시간 속에 결국 감옥에 가게 되는데.

면회를 온 동생의 모습. 그 동생의 구부정한 어깨를 보고는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대학가에 뿌린 죄가 이렇게 온 가족을 눈물의 강에 익사시키고 고통의 늪에 빠뜨리고, 여드름투성이 고등학생을 인생 다 살아버린 늙은이로 만들어버릴 만큼 큰 것일까. 나는 결코 우리를 감옥에 보낸 이들을 용서하지 않겠노라

  영초언니를 바라보며 그녀와 얽힌 이야기, 그녀와 함께 했던 서명숙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 자서전만큼 상세하게 나와 있지 못하지만, 후배로서 바라보고 그녀와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들은 정말 상세하게 담겨있다. 구치소에 1인 독실에 수감되어서도 그 당당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던 영초언니, 마지막 최후 변론에서도 당당하게 독재정권을 욕하고, 유신헌법을 질책했던 그녀. 법이 우리를 가두는 게 불법이라며 재판부를 향해 일침을 날리던 그녀.

  이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기위해 광주까지 갔고, 그곳에서 시민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언론의 이야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유인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하는 행동을 했다. 광주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제대로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라고 표현했다.

  영초언니, 봉자언니, 혜자언니.... 그리고 남자들

  사실, 책을 읽고 가슴 아픔과 그녀들의 그 열정과 희망 그리고 투쟁. 깨어있는 그 의식들에 존경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긴급조치9. 법위에 군림하던. 법도 없이 무자비했던 그 탄압 앞에서 학업, 사랑, 미래까지 포기한 체 지금 이 순간 우리 대학생들이 나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사람들에게 목이 터져라 외쳐야했던 모습들.

  최근 촛불시위에서 촛불을 들고, 사람들 앞에서 왜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하고, 왜 우리가 바뀌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논리정연하게 외치는 중학생들의 모습에서 영초언니와 그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난으로 다단계까지 해야 했던 그녀, 사고로 시각을 잃고, 5세 정도의 사고밖에 못하는 영초언니. 고문에 폭언에 도망자신세까지 되어야 했을 그녀. 언제나 밝게 웃던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신념대로 산다는 것.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권력에 무너지지 않는 신념.

  그 시대, 젊지만 아무데도 기댈 곳 없이 외롭고 힘없던 여성으로서 겪어낸 활동가의 삶은 감동적이고 무참하고 안타깝다. 나는 이 기록을 보며 몇번이나 눈시울이 젖었다. - 황석영

  법은, 법치주의는 그 숱한 오류와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과 목숨을 담보로 조금씩 정당해지고 단단해져왔던 것. 이 땅의 법치주의는 그렇게 한발반할 더딘 걸음을 걸어왔습니다. -손석희

  이 시대는 영초언니를 만들었고, 영초언니를 기억하는 우리가 다음시대를 만들것입니다.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우리들이 꼭 기억해야 할 언니들, 고맙고 미안합니다. - 이경미 (영화감독)”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자꾸만 잊고 산다. 신념과 의지, 투쟁에 자신의 모든것을 던져야 했던 사람들을 우리는 잊지 말자.

 

 


- 아디오스(Adios)의 책과함께하는여행 / 북플닷컴 (bookpl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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